먼저 우리는 '수행 분석 이론'이라는 워딩에서 ‘이론’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이론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현상들의 규칙성과 체계적인 견해를 제공함으로써 조직이 현실세계의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나아가 데이비드 쿠퍼라이더가 강조하였듯, 긍정탐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때로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기회를 탐색하는 데에 이론이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이론이 도출되는 과정이 ‘과학적’이어야 한다.
과학적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론에 의한 문제 제기’ -> ‘잠정적 가설‘ -> ’ 연구 가설‘ -> ’ 연구 상황‘ -> ’ 자료수집‘ -> ’ 검증‘ -> ’ 결론‘이라는 체계적 절차에 의하여 도출되며, 각각의 과정을 통해 이론을 구성하는 변인들을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이론은 ’ 이론‘ 그 자체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실제의 세계를 완벽하게 대변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론 체계를 구성하고자 할 때, 이론을 구성하고 있는 개념들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보다 ’ 사실적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일련의 개념들이 법칙을 형성하며, 이 법칙들이 논리적인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때, 비로소 이론은 실제를 잘 반영하게 되고 우리는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서,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경영에 있어서 길버트(Gilbert)의 'The Behavior Engineering Model (BEM)' 이론1)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는 조직 내부의 조직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6가지 요인을 제시하였고, 이를 토대로 조직 내부의 퍼포먼스 이슈의 궁극적인 원인을 조사하는 데에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에 대해서 체계화하였다.
출처 : Gilbert, T. F. (1996). Human competence: Engineering worthy performance (Tribute ed.). pp. 87-88. 재구성.
위 개괄도에 제시된 여섯 개의 요인 항목은 크게 두 가지의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바로 ‘환경적 지원’ 그리고 ‘개인의 행동’이다. ‘자료’, ‘도구’, ‘인센티브’는 개인을 둘러싼 외부 환경으로부터 개인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며, ‘지식(기술)’, ‘능력(수용력)’, ‘동기’는 개인의 내부에 존재하는 업무 수행 능력 또는 육체적, 정신적, 감성적 수용 능력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cell 1: 자료’ -> ‘cell 6: 동기’의 방향으로, 개인의 행동이 아닌 조직의 환경차원에서 문제점의 원인 분석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조직 내부 구성원의 퍼포먼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그들의 지식, 기술, 태도의 문제라고 서둘러 정의하고 교육 훈련 프로그램, 즉 Training Solution의 관점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실제 모든 조직에서 퍼포 먼스 이슈의 약 80%는 그 원인이 구성원 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의 환경 차원에 있으며, 심지어 체계적이지 않은 교육 훈련 프로그램의 효과 또한 투입 대비 그 효과가 7%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다. 즉, 우리가 신중한 원인분석과정을 실행하지 않고서, 마치 ‘망치를 든 사람에겐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라는 Maslow의 말처럼 교육훈련을 만병통치약인 양 남용하게 된다면, 의도한 퍼포먼스 개선은커녕, 투입 비용의 손실과 교육기관의 HRD 부서에 대한 구성원의 불신과 같은 비금전적 손실까지 불러올 수 있기에 매우 치명적이다. 그보다 앞서서 조직 구성원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방해하는 환경적 요인이 존재하지 않을까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성과에 따른 금전적-비금전적 인센티브가 잘 제공되고 있는지, 원활한 직무수행에 필요한 환경적 차원의 도구들이 잘 제공되고 있는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논외로, 필자는 교육학을 공부하다보면서 필연적으로 정규교육과정이 실현되는 학교를 포함하여 '평생교육'이 실제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춘 채 수요자에게 제공되고 있는가에 대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나아가 학교 경영, 평생교육기관의 경영의 현장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학부에서 배웠던 이상적인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지에 관하여 현직에 계신 동문선배님들의 자문을 통해 익히 들어본 경험이 있다. 놀라운 점은 모두 공통적으로 교육기관의 본질적인 '교육'이라는 가치와 경영학 관점에서의 효과성 및 효율성 사이의 고민을 모두 안고 계셨다.
개인적으로 나는 교육기관이라는 특성상 ‘교육’이라는 분야의 특수성에 의해 그에 따른 이론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달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이고 이를 올바르게 실현하기 위한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는 비단 교육기관뿐만이 아니다. 그 성격이 어떠하던 간에 모든 조직은 고유한 ‘자기 갱신역량’을 통해 내부의 문제를 진단하고 기회를 탐색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이 과정에서 이론에 대한 탐색뿐만 아니라, 조직의 고유한 비전과 문화, 방향성에 걸맞도록 하는 선택적 적용이 필요하다. 올바르게 이론을 이해하고 적용하며 수정 및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 선행될 때, 조직에게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혁신적 경영’을 위한 보조적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 배을규. (2009). 인적자원개발론. 서울:학지사. p.60.
2) William J. Rothwell Carolyn K. Hohne Stephen B. King. (2014). 수행공학 원리와 적용. 서울: 학지사.
3) Gilbert, T. F. (1996). Human competence: Engineering worthy performance (Tribute ed.). pp. 87-88.